선생자경-우바새계경

불교를 신앙행위로 이해하는 것이 정당한가? 신앙 행위라 한다면 무엇을 신앙할 것인가 어떻게 신앙할 것인가? 30년이 넘은 숙제였다.

오랬동안 나를 얽어 매었던 숙제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터뷰도 자주 했고 몇몇 자료들 검토해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경론을 통하는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이라 판단하고 경전을 뒤지기 시작했다. 강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주제였고 조선중기 이후 설정된 교과에도 관련 교과는 의례집 정도 였다.

그러나 의례집은 이러한 숙제를 해결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했다. 그 의례는 중국에서 송대에 형성되어 고려 중기에 주로 수입 된 것을 그 신앙행위의 정당성을 설명하지 못한체 관련의식의 진행 과정만 나열하고 잇을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론에 의하는 것이 방법이었으나 이와 관련된 의문을 가진 선배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관련 경을 이미 보았다 하더라도 철학적 의미나 사회학적의미를 통한 불교의 우월성 정도를 주장하는 목적으로 보아 신앙의 대상이나 방법 더 근본적으로 정당성등에 대하여는 논외로 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고민 하다가 만해 항용운의 불교대전의 장르와 인용 경전 목록을 기본 지침으로 경전들을 찾아 읽기 시작 했다.

이 우바새계경은 장자의 아들인 선생의 육방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처음 우바새 계경를 읽을 때는 불자가 가져야할 제반 사회적 태도를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읽었다. 불교대정에서 가정에서 부부관계에 관한 인용문을 통해 접근 했다. 근본불교 계열의 경을 보고 다시 대승불교에는 이런 경이 없는가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우바새계경을 발견 하였다.

이역 경으로 ① 디까니까야 3품 31 씽갈라까에 대한 훈계의 경, ② 선생자경善生子經(신수대장경 1책 252쪽)과 ③ 시가라월육방예경尸迦羅越六方禮經(신수대장경 1책 252 중단)과 ④ 선생경善生經(신수대장경 1책 79쪽 16)과 ⑤ 중아함경 선생경善生經(신수대장경 1책 638쪽 135)등이 있는데 모든 근본불교계통의 경이다. 이들은 그 서술구조는 육방례에 대한 불교적 내용으로 대동소이하다.

이역본들은 모두 외도 즉 부처님 재세시 인도의 신앙 형태로써 여섯방향에 모두 신적 존재들이 있다고 믿고 올리는 예배와 달리 사회적 제반 관계와 함께 이루어진 인류 공통의 윤리 도덕율의 충실한 실천으로 그 의미를 전환 시켰다. 즉 동쪽은 부모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고 부모자식간의 관계에서의 기본 덕목의 실천으로 예배의 의미를 전환시키 부분에 대하여 충실히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우바새계경은 대승계열의 경으로 육방예에 대한 근본불교계열의 설명을 포함하면서 먼저 육바라밀로서 육방례를 재설정한다. 그리고 재가보살의 육바라밀 실현의 구체적인 실현 방편과 태도를 설명한다. 아마도 이 경이 육바라밀을 가장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경일 것이다.

이 경은 구조적으로 육바라밀과 불자의 사회적 관계 그리고 기세간의 변화 즉 성립과 유지와 변화를 초래하는 삼재의 발생 요인과 진행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이 경을 통해 우리는 불자는 무엇을 섬겨야 하는가? 어떻게 섬겨야 하는가?를 인류의 종교현상과의 관계속에서 파악할 수 있고. 사변적 철학사상으로 이해되던 보살행에 대하여 실천적으로 이해하고 '이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을 내게 한다.

허공기도 신중기도 산신기도 칠성기도 용왕기도등 어떤 특정하거나 절대적 능력을 가진 이라고 상정된 존재들에 대한 기도와 지장기도 관음기도 미타기도 약사기도 미륵기도등 불교적 존재에 대한 기도등 불보살을 대상으로 한 기도든 모두 자신의 운명을 의탁하는 기도이다.

심지어 불보살에 대한 기도라 하더라도 기도를 진행하는 승려든 기도하는 신도든 모두가 불보살을 특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절대적인 능력을 가진 옥황상제와 같은 절대자로 대한다.

항상 경론을 배우며 수식관등을 닦던 나에게 이런 신앙적 태도와 행위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러한 신앙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해보려는 생각으로 많은 경전을 뒤졌다.

특히 현실성 있는 즉 현재를 사는 불자들이 무상하고 무아한 사실속에 현재를 평화롭게 영위하고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이루도록 하는 경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80년대에 읽었던 불교대전이 생각났다. 남편과 아내가 아내가 남편에게 해야할 의무에 대한 경을 읽었던 것이 생각났고 그 인용문들을 따라 육방예경을 읽고 선생경을 일게 되었다.

여기에서 발견한 것은 30년간 매진했던 경학의 미진함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세계였다.

어떠한 신에게도 기도하라 하신 바가 없고 어떠한 신에게도 예배 하란 바가 없으며 오직 인과 연과 과로써 촉발되고 관계지워 지고 변화해가는 관계를 그 바람에 따라 충실히 하기만 요구하고 있었다.

뜻을 출가 보살로 새웠으면 출가보살로 뜻을 재가 보살로 새웠으며 재가보살로 부부가 되었으면 부부가 될 때 뜻으로...

그 관계에 충실함이 육방의 예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하고있는 신행과는 너무나 다른 가르침이다.

2021년 봄 경남지역 문화재답사중 화엄대가인 어른들을 친견 한 적있다. 그때 "화엄경에서 36위를 불자의 신앙의 대상으로 정하셧습니까?" 하고 물었다. 의아해 하시길대 다시 물었다. "화엄경에서 주야신 주림신등 39위를 우리 불자들이 섬길 대상이라 하셨습니까? 그들에게 복을 빌라 하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한분은 "그게 무슨 문젠데"라 하셨고 한 분은 "아니 그런 말씀은 없어 사실 신앙 대상은 아니지만 나는 ..."하시고 결론은 내기 않으셨다.

사실 어떠한 경에서도 심지어 염불과 주력을 요청하고 있는 경에서도 현재 우리가 하듯 복을 빌고 숙명이나 운명을 해결하는 대상으로 신적 존재를 설명하고 의지하라고 하지 않았다. 다만 그 오롯 한 마음과 정진으로 낳아지거나 해결된다고 하였을 뿐이다.

혹자는 중생의 근기에 따른 방편이라고하나 그런 방편을 삼장에 논해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멸후 적어도 1000여년이 지나고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또 화엄경ㅡ이나 관무량수불경등의 경전에서 방편은 근기를 향상시켜 가는데 반하여 이러한 신앙행위를 바탕으로 한 의례는 업보에 대한 정서적 불안만 야기시키고 있다.

이러한 반성을 바탕으로 오랬동안 고민해오던 숙제를 한 4~5년 사이에 하나씩 풀고 있다.

얼마전엔 삼재에 대한 주장을 정리했고 이제 이 경을 통해 신앙의 대상, 신앙의 정당성, 어떻게 신행해야 하는가? 등을 확인했다.

2021년 8월 23일 대전 둔산불교연구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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